'창세기 1장 1절-13절'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 하나님은 어떻게 혼돈을 질서로 바꾸셨나?
목차
- 서론: 과학적 질문을 넘어 존재의 의미를 묻다
- 본론 1: '바라(Bara)'와 '혼돈' - 창조 이전의 상태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본론 2: 나눔의 미학 -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 만들기 (첫 3일)
- 본론 3: 말씀으로 짓다 - 피 튀기는 전쟁 신화와의 결별
- 결론: '보시기에 좋았더라' - 완벽한 기능을 갖춘 세상
창세기 1장 1-13절 심층 해설: 혼돈에서 생명의 터전으로
서론: 과학적 질문을 넘어 존재의 의미를 묻다
많은 사람들이 창세기 1장을 펼칠 때 "지구는 몇 년 전에 만들어졌는가?" 혹은 "진화론과 어떻게 다른가?"와 같은 현대 과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기원전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중요했던 질문은 '언제(When)'나 '어떻게(How)'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누가(Who) 이 세상을 통치하며, 이 세상은 어떤 목적(Why)으로 존재하는가?"였습니다.
창세기 1장 1절부터 13절은 하나님이 아무것도 살 수 없었던 척박한 우주를,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성소(Sanctuary)'로 바꾸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글에서는 히브리어 원어의 의미와 고대 근동의 배경을 통해, 창세기가 말하는 창조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해보려 합니다.
본론 1: '바라(Bara)'와 '혼돈' - 창조 이전의 상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성경 전체의 대전제입니다. 여기서 '창조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바라(Bara)'는 매우 특별한 단어입니다. 인간이 건물을 짓거나 예술품을 만들 때는 '아사'나 '야차르'라는 단어를 쓰지만, '바라'는 오직 하나님만이 주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존재 의의와 기능을 부여하는 신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2절을 보면 땅이 '혼돈하고 공허(Tohu & Bohu)'하다고 묘사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를 무질서하게 뒤엉킨 '카오스' 상태로 상상하지만, 원어적 의미는 '형태가 없고 비어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무지'에 가깝습니다. 즉, 창조는 단순히 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는 '광야' 같은 우주를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집'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본론 2: 나눔의 미학 -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 만들기 (첫 3일)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별'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창조의 첫 3일(3-13절)은 뒤섞여 있던 것들을 나누어(Separation) 거주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단계입니다.
- 첫째 날: 시간의 질서 (3-5절) 빛이 있으라는 선언은 물리적인 태양을 만들기 앞서,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주기를 만든 사건입니다. 생명체에게 시간의 흐름과 리듬은 생존의 필수 조건입니다. 하나님은 시간을 창조하시고 이름을 붙이심으로써 시간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 둘째 날: 공간의 질서 (6-8절) 하나님은 '궁창(하늘)'을 만들어 물을 위아래로 나누십니다. 고대인들은 하늘 위에 거대한 물층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이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대기권(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신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숨 쉬고 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확보한 기상학적 창조입니다.
- 셋째 날: 지리의 질서 (9-13절) 물이 한곳으로 모이게 하여 '뭍(땅)'을 드러내십니다. 바다라는 위협적인 요소로부터 안전한 거주지를 만드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땅에 식물을 나게 하셨습니다. 이는 앞으로 창조될 동물과 인간을 위한 '식탁'을 미리 차려놓으신 것과 같습니다.
본론 3: 말씀으로 짓다 - 피 튀기는 전쟁 신화와의 결별
고대 바빌론 신화인 '에누마 엘리시'에서는 신들이 서로 죽이고 싸우는 전쟁 끝에, 패배한 신(티아마트)의 시체를 찢어 세상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고대인들에게 세상은 폭력과 투쟁의 산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는 놀랍도록 평화롭습니다. 하나님은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으십니다. 10번이나 반복되는 "하나님이 이르시되(And God said)"라는 표현처럼, 오직 말씀으로 명령하시고 세상은 즉각 순종합니다. 해, 달, 바다, 땅은 두려워해야 할 신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는 피조물일 뿐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세상은 신들의 전쟁터가 아니라, 유일하신 하나님의 계획 속에 지어진 질서 있는 집이다"라는 것입니다.
결론: '보시기에 좋았더라' - 완벽한 기능을 갖춘 세상
하나님은 매 창조의 순간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좋다(Tov)'는 것은 단순히 보기에 예쁘다는 뜻을 넘어, '기능적으로 완벽하다', '목적에 딱 맞게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1절부터 13절까지의 기록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줍니다. 이 세상은 우연히 생겨난 무의미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칠흑 같은 어둠과 거친 물뿐인 황무지를, 빛과 하늘과 땅과 식물이 있는 아름다운 터전으로 바꾸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창조 기사를 통해 우리 삶의 혼돈 또한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질서를 찾고, 가장 '보기 좋은'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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