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 14절-25절'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 이름 잃은 태양과 길들여진 바다 괴물

목차

• 서론: 형성(Forming)과 채움(Filling)의 문학적 구조와 신학적 함의

• 본론 1: 제4일, 광명체들의 창조와 탈신화화(Demythologization)의 선언

• 본론 2: 제5일, 생명(Nephesh)의 역동성과 혼돈의 통제

• 본론 3: 제6일, 땅의 짐승들과 인간 창조를 위한 무대 완성

• 결론: 기능적 우주론과 창조주의 절대 주권

서론: 형성(Forming)과 채움(Filling)의 문학적 구조와 신학적 함의

창세기 1장의 창조 기사는 고대 근동의 신화적 세계관과 구별되는 독특한 문학적 대칭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 3일이 혼돈(Tohu)을 해결하기 위한 '구분'과 '형성'의 역사였다면, 14절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3일은 공허(Bohu)를 해결하기 위한 '채움'의 역사이다. 제4일은 제1일의 빛과, 제5일은 제2일의 하늘 및 바다와, 제6일은 제3일의 땅과 짝을 이룬다.

이러한 구조는 창조가 단순히 물리적 물질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우주를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소로 기능하게 하려는 목적론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고는 창세기 1:14–25을 중심으로 각 날의 창조 사역이 갖는 신학적 의미와 고대 근동 배경 속에서의 변증적 성격을 고찰하고자 한다.

본론 1: 제4일, 광명체들의 창조와 탈신화화(Demythologization)의 선언

제4일(1:14–19)의 기록은 고대 근동의 다신론적 세계관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박 중 하나이다. 본문은 해와 달이라는 구체적인 명칭 대신 '큰 광명체'와 '작은 광명체'라는 기능적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고대 바벨론이나 이집트에서 태양과 달이 신적인 존재로 숭배되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히브리 성경은 이를 철저히 피조물로 격하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명체들의 주된 기능은 '징조(signs)', '계절(seasons)', '날(days)', '해(years)'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계절'로 번역된 히브리어 '모에딤(moadim)'은 단순한 기후적 계절이 아니라, 제의적 절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해와 달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점성술적 주체가 아니라, 창조주를 예배하는 시간을 알리는 우주적 시계이자 달력의 기능을 수행한다. 별들 또한 신들의 거처나 신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배치된 부수적인 피조물에 불과함을 "또 별들을 만드시고"라는 짧은 구절을 통해 강조한다. 이는 천체 숭배를 엄격히 금지하는 야훼 유일신 신앙의 기초를 놓는 신학적 장치이다.

본론 2: 제5일, 생명(Nephesh)의 역동성과 혼돈의 통제

제5일(1:20–23)은 공간에 '살아있는 생물(nephesh chayah)'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점이다. 물들은 생물로 번성하고, 새들은 땅 위 하늘의 궁창을 날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21절의 '큰 바다 짐승들(tanninim)'이다. 우가릿 신화나 바벨론의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에서 바다 괴물은 창조신에 대항하는 혼돈의 세력(예: 티아마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창세기는 하나님이 이들조차 '창조(bara)'하셨다고 명시함으로써, 바다와 그 안에 있는 거대 생물들이 하나님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피조물임을 천명한다.

또한, 제5일에는 하나님이 피조물에게 처음으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라"는 복(barak)을 선언하신다. 이는 생명력이 피조물 자체의 능력이 아니라, 창조주로부터 부여된 선물임을 의미한다. 생명의 번성은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는 영역의 확장을 상징하며, 창조 세계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역동적인 생명력으로 가득 차야 함을 보여준다.

본론 3: 제6일, 땅의 짐승들과 인간 창조를 위한 무대 완성

제6일의 전반부(1:24–25)는 땅의 생물들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본문은 동물을 '가축', '기는 것', '땅의 짐승'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분류법은 현대 생물학적 분류와는 다르며, 인간과의 관계성 및 거주 영역을 중심으로 한 현상학적 분류이다. '가축'은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동물, '기는 것'은 땅에 밀착하여 이동하는 소동물, '땅의 짐승'은 야생 동물을 지칭한다.

하나님께서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라"고 명령하신 것은 제3일에 드러난 땅이 이제 생명을 품고 양육하는 어머니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26절부터 등장할 인간 창조를 위한 최종적인 준비 단계이다. 모든 동물은 '그 종류대로' 창조되었다. 이는 창조 질서의 다양성과 구별됨을 의미하며, 혼합을 금지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레위기적 정결법의 기초가 된다. 이로써 인간이 거주하고 통치할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되었다.

결론: 기능적 우주론과 창조주의 절대 주권

창세기 1:14–25은 단순히 해, 달, 별, 동물들이 언제 생겨났는가를 나열한 목록이 아니다. 본문은 우주가 우연의 산물이거나 신들의 전쟁터가 아니라, 유일하신 하나님의 지혜로운 설계와 명령에 의해 작동하는 '기능적 우주(Functional Cosmos)'임을 증언한다.

제4일의 천체는 예배의 시간을 알리고, 제5일과 6일의 동물들은 하나님의 생명력과 복을 받아 땅을 채운다. 이 모든 과정은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평가로 귀결되며, 이는 창조 세계가 하나님의 의도와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함을 확증한다. 고대 근동의 신화적 배경 속에서 창세기는 모든 자연물과 거대 세력들을 피조물의 위치로 돌려놓음으로써(Demythologization), 오직 하나님만이 경배받으실 유일한 주권자이심을 선포한다. 현대 독자들에게 이 본문은 자연을 숭배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을 통해 창조주의 영광을 발견하며 청지기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